실패는 도전을 멈출 때 시작된다
언젠가 한 투자자가 한 창업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을 하다 보면 실패하고 좌절하게 될 때도 많을텐데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
그 창업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도전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여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패는 더 이상 도전하기를 멈출 때 오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아직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요.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습니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우리 시대의 탐험가다
대항해 시대, 탐험가들의 항해는 공간과 공간을 이어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들의 항해를 우리는 ‘신항로 개척’이라고 부릅니다. 신항로 개척은 곧 기존의 항로를 벗어난 항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항로를 따라 항해하더라도 위험한 것이 항해인데, 항로를 벗어난 항해라니 사실상 한밤중에 길을 이탈하여 험로를 내달리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성공한 신항로 개척을 기억하지만, 신항로 개척에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실패가 있었을 것입니다. 세계가 이어지는 성공도, 그보다 비할 수 없이 많았을 실패도, 그들이 가지 않은 길을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입니다. 그래서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혁신은 수 없는 실패의 대지 위에서만 피어나는 꽃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거나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사업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시간과 시간을 이어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키고자 하는 우리 시대의 탐험가들입니다. 미래를 현재에 강림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 다가올 미래를 오늘의 세계에 구현하는 일, 이를 위해 그들은 시간의 수평선을 넘어서 미래를 향해 내달립니다. 참으로 낭만적이지만, 이들의 신항로 개척은 과거 그들의 선조들만큼이나 늘 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늘 그 도전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들이 가지 않은 길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면, 현재에 머물고자 한다면 미래는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시대는 혁신가들의 도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위험 속에서 잉태된 것이며, 그들이 잃은 시간과 아픔 속에서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실패를 단죄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도전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여 실패는 아닙니다. 성공하지 못한 도전자에게 포기와 배제를 강요하는 것이 실패입니다. 창업의 진흥이 우리 시대와 국가의 과제라면 창업의 정리 과정도 우리 시대와 국가의 과제여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공하지 못한 도전을, 성공하지 못한 창업을 ‘실패’로 단정하고, 그 과정에서의 아픔을 창업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립니다. 성공하지 못한 도전이 실패로 ‘단정’되고, 성공하지 못한 도전자를 패배자로 ‘단죄’하는 사회에 혁신과 미래는 있을 수 없습니다. 창업의 과정 및 창업의 성장을 우리 공동체의 과제로 여긴다면 창업의 마무리 과정도 우리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성공한 창업만이 아니라 성공하지 못한 창업도 우리 시대와 창업생태계의 중요한 경험이자 자산입니다. 성공하지 못한 창업 이후에도 이를 극복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혁신가들의 존재는 우리가 도전을 멈추지 않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회라는 점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징표입니다.
성장보다 어려운 마무리, 신뢰로 끝내야 한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창업, 스타트업의 마무리 과정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아픔을 남기고 그들이 스타트업에 보여준 신뢰에 큰 상처를 남기는 것입니다. 모든 기업은 ‘신뢰’에 기반하여 존속하고 성장해 갑니다. 임직원, 고객, 채권자, 투자자들이 보내 준 신뢰가 없이는 하루도 존속할 수 없는 것이 기업입니다. 그러기에 기업의 정리 과정은 필연적으로 그 기업의 근간을 이루던 신뢰의 해체 과정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과 회사의 비전을 동일시하며 헌신한 직원들이 직장과 삶의 터전을 잃고, 스타트업 서비스를 사용하던 고객들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으며, 어렵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일으키고, 창업가의 비전과 꿈에 신뢰를 보여준 투자자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하나가 폐업하고 마무리 될 때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존속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신뢰 자산’에 큰 손실이 발생합니다. ‘신뢰의 손상’은 도전하지 못한 성공을 실패로 만듭니다.
그래서 혁신가들에게 창업의 과정, 창업 기업의 성장 만큼이나, 창업의 마무리는 중요한 일입니다. 혁신가의 성공하지 못한 창업이 실패로 귀결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으려면 그 과정에서 ‘신뢰’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그 여정에서의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 창업의 마무리 과정과 그 이후에도 남아있는 ‘신뢰’는 혁신가들이 살아남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대지입니다. 창업만큼이나 창업의 마무리도 도전의 과정이고, 창업의 성공만큼이나 창업의 마무리 과정에서도 성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창업 과정에서의 우리에게 주어진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이해하고, 창업의 해체 과정에서도 정성을 다해 그 ‘신뢰’를 보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