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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하는 창업자, 어떻게 대해야 할까?

목 차

1. 벤처투자의 본질과 회수 시장

통상 벤처투자란 성장가능성은 높지만 위험부담이 큰 신생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벤처투자의 법적형식은 주식인수라는 자본투자로 진행되나 보통주와 달리 상환권, 전환권, 잔여재산분배 우선권 등이 결합된 우선주식의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투자’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는 투자금의 ‘회수’에 치중하게 되고, 이에 따라 투자금의 ‘회수’를 위해 투자자 주주는 창업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하여 개별적 동의권을 유보할 뿐만 아니라 주식매수청구권, 위약벌 또는 손해배상 등 다양한 회수 보장장치를 고안하여 운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자본을 공급하는 ‘투자자’는 채권자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채권은 반드시 상환되어야 하기 때문에 창업 기업의 청산 등의 과정에서 주주보다 먼저 변제받아야 하지만, 주식은 기업의 자본이기 때문에 기업의 실적에 따라서 아무런 ‘회수’가 없더라도 그것이 이상하다고 볼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우선주는 자본과 채권의 중간 단계의 실질을 갖고 있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과 비슷하게 인식되고 있고 벤처투자에서도 우선주와 이들 전환사채 등이 함께 사용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가장 많이 활용되는 벤처투자 형식인 RCPS, CPS를 가정할 때 이들은 여전히 자본이며 채권일 수 없으며, 투자에 대한 사후관리에 있어서도 채권에 대한 사후관리와 동일시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위험자본에 대한 투자라는 벤처투자의 본질을 상기하면서, 성실하였으나 불운한 창업자의 실패를 징계나 회수의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오히려 미래의 신뢰자산을 함께 구축해 나가는 것을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2. 다운라운드와 창업자 신뢰: 함께 짊어지는 투자자의 역할

스타트업이 폐업을 하기 전 시도하는 이른바 ’다운라운드’ 투자에 대하여도 전향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스타트업이 종류주식을 통한 투자를 유치하면서 발행가액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기업가치는 최초의 자본금에 투자유치시점 직전까지의 누적 투자액을 더하고 여기에 회사의 영업상황 등을 고려하여 추가적인 조정을 한 뒤 결정됩니다. 그런데 경기의 등락이 있듯이 회사의 등락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데, 위와 같은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 의하면 다운 라운드 투자유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선택지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표준 투자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는 이른바 리픽싱 조항(Refixing Clause)은 다운라운드 투자에 더욱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IPO 공모단가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그 당시 (상환)전환주식의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경우, 해당 (상환)전환주식의 전환가액을 위 IPO 공모단가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리픽싱 조항을 전제로 볼 경우 후속 라운드 투자유치 시 기업가치가 이전 라운드 투자유치 시 기업가치를 하회하는 것이 더욱더 불가능에 가깝게 됩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입장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상향하기만 하는 기업가치는 금리의 변동 및 경기의 등락과 더불어 동고동락하는 기업의 상황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회사 전체의 이익 측면에서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면, 회사의 다운라운드 후속투자를 통해 회사의 재기를 모색하는 데에 투자자 또한 동참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일시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사가 존속하지 못한다면 더 큰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확정되는 것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폐업 및 정리 과정에서 창업자가 성실한 경영상 노력을 다하였고,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 등 중대한 의무 위반이 없다면 경제적으로 실익이 없는 과도한 사후 조치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벤처투자자는 자본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창업생태계로 자금을 공급해주는 소중한 모더레이터이지만, 벤처투자자도 지속적으로 창업하고 도전하는 창업자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실패의 위험이 높은 스타트업 창업 영역에서 실패에 대한 ‘처벌’이 난무한다면 이 생태계의 지속에 있어서 필수적인 창업가들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